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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몰라도 앱 만들기 | 건설현장 통역앱 개발기

골든키카이로스 2026. 9. 15. 06:00

 

 

"데스리 없는 데는 올라가지 마세요."

현장에서 이 말을 번역기에 넣으면 이렇게 나갑니다. "책상이 없는 곳에는 올라가지 마세요."

안전난간이 없으니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가, 책상 이야기가 되어 상대에게 도착합니다. 저는 코딩을 배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고치는 앱을 이틀 만에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그 이틀의 기록입니다. 무엇이 막혔고 어떻게 넘었는지, 그리고 코딩 대신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적었습니다. 따라 하실 수 있게 쓰겠습니다.

왜 하필 통역앱이었나?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외국인 건설근로자 (2024년) 22만 9,541명
전체 건설근로자 중 비중 14.7%
출신 1위 한국계 중국인 83.7%
그다음 중국 5.9% · 베트남 2.2% · 고려인 1.7% · 우즈베키스탄 1.6%

건설업계가 외국인 근로자 산재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것이 '의사소통 능력 부족' 입니다. 한국어 중심 안전교육을 못 알아들으면 그대로 위험이 됩니다.

※ 외국인 비중은 자료마다 14.7%에서 20%까지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집계 기준(하루라도 일한 사람 / 상시 인원)이 달라서로 보이지만, 어느 쪽이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번역기가 있다는 게 아니라, 번역기가 현장 말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코딩을 모르는데 어떻게 시작하나?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쓰지 않고, AI에게 말로 설명해서 앱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2025년 초 오픈AI 공동창업자 출신 연구자 안드레이 카파시가 *"코드의 존재조차 잊고 분위기(vibe)에 몸을 맡긴다"* 고 표현하면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2026년 지금은 비개발자가 업무 도구를 직접 만드는 표준적인 방법이 됐습니다.

제가 한 일도 그것입니다. 터미널에 한국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관리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마주 앉아 쓰는 통역 앱을 만들어줘. 휴대폰을 두 사람 사이에 놓고, 버튼 한 번 누르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말만 하면 되게."

그러면 파일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그것을 열어 써 보고, 안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 다만 한 자료가 정확히 짚은 대목이 있습니다. "코드 문법은 몰라도 되지만, 요구사항을 논리적으로 쪼개는 능력은 필요하다." 이 글의 나머지는 전부 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벽 — 번역기는 안전벨트를 자동차 벨트로 안다

 

만들어 놓고 말을 시켜 보니 바로 막혔습니다.

우리말 그냥 번역하면

|---|---|---|

안전벨트 seat belt (자동차용)
안전화 safety shoes
개구부 the opening
TBM TBM
낙하물방지망 lưới chống vật rơi

 

"안전벨트 매세요" 가 자동차 안전띠 이야기로 나갑니다. 고소작업에서 이 말이 안 통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그래서 현장 용어집을 만들었습니다. 한 줄에 하나씩 `우리말 = 상대말` 로 적으면 번역할 때 그 말로 바꿔 줍니다.

  • 양방향으로 적용됩니다. `안전벨트 = safety harness` 한 줄이 한→영, 영→한 양쪽에 걸립니다.
  • 언어별로 따로 저장됩니다. 영어 용어집과 중국어 용어집이 안 섞입니다.
  • 처음 만들 때 135개였는데, 쓰면서 계속 늘어 지금은 308개입니다. 영어·중국어·베트남어 세 벌입니다.

두 번째 벽 — 은어는 아예 못 알아듣는다

용어집을 넣어도 안 되는 것이 남았습니다. 아시바, 데나우시, 함바, 오야지 같은 현장 은어입니다.

번역기는 이런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옮겨 버립니다.

하신 말 그냥 두면

|---|---|---|

데스리 없는 데는 올라가지 마세요 Don't go up to a place without a desk
아시바 위에서 데나우시 해야 됩니다 do denaushi on top of Ashiva
함바에서 시마이하고 단도리 하세요 Do shimai and dandori at Hamba
오야지한테 공구리 타설 언제냐고 Hỏi Oyaji khi nào gonguri

 

"데스리(안전난간)"가 "desk(책상)"로 나갑니다. 도입부에 적은 그 문장입니다.

그래서 은어를 표준말로 먼저 바꾼 뒤 번역하게 했습니다. 지금 103개가 들어 있습니다.

  • 화면에는 말씀하신 그대로 보입니다. 뒤에서만 바꿔서 번역합니다.
  • 한국어 쪽에만 적용됩니다. 상대방 말이 은어로 번역되는 일은 없습니다.
  • `노가다` 처럼 낮춰 부르는 말은 중립적인 표준어로 바꿔 통역합니다.

세 번째 벽 — 은어가 멀쩡한 말을 잡아먹었다

여기서 진짜 문제가 터졌습니다. 은어 목록을 넣었더니 평범한 말이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 "조심하시다가" → `시다` 가 걸려서 이상해짐
  • "나가라고" → `가라` 가 걸림
  • "기공식" → `기공` 이 걸림
  • "나오시죠" → `나오시` 가 걸림
  • "헤라클레스" → `헤라` 가 걸림
  • "십장생" → `십장` 이 걸림

짧은 은어가 긴 낱말 안에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조심하시다가"에서 "시다"를 찾아내 바꿔 버리면 문장이 통째로 망가집니다.

고친 방법은 두 가지였습니다.

  • 세 글자 이상만 은어로 본다. `앙카` 는 빼고 `앙카볼트` 로 넣습니다.
  • 낱말 경계를 확인한다. 앞뒤가 다른 글자에 붙어 있으면 건드리지 않습니다.

📌 이 문제를 찾은 사람은 개발자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조심하시다가"를 말해 본 사람만 압니다. 이게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틀 동안 실제로 한 일은 무엇이었나?

 

파일이 만들어진 시각으로 되짚어 보면 이렇습니다.

시작 9월 9일 12시 36분
마지막 손질 9월 11일 08시 36분
걸린 시간 약 44시간 (잠자고 밥 먹은 시간 포함)
결과물 앱 파일 27개 · 370KB
지원 언어 14개 (영어·중국어·베트남어·네팔어·몽골어·우즈베크어 등)

 

그 44시간 동안 제가 쓴 코드는 0줄입니다. 대신 이런 일을 했습니다.

  • 말해 보고 안 되는 것을 찾았습니다. "데스리"를 넣어 보고 "책상"이 나오는 걸 봤습니다.
  • 왜 안 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은어라서 번역기가 모른다"까지가 제 몫이었습니다.
  •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정했습니다. 은어 몇 글자부터 잡을지, 화면에는 원문을 보여줄지.
  • 현장 말을 모아 넣었습니다. 용어 308개와 은어 103개는 제가 아는 말입니다.

AI가 한 것은 코드를 쓰는 일이었고, 제가 한 것은 "무엇이 틀렸는지 아는 일"이었습니다.

※ 개발 과정을 커밋 단위로 남기지 않아서 시간대별로 무엇을 했는지는 정확히 복원하지 못했습니다. 위 시각은 파일이 마지막으로 저장된 때 기준입니다.

따라 하시려면 무엇부터 하면 되나?

제가 이틀 겪고 나서 정리한 순서입니다.

  • ① 진짜 불편한 것 하나만 고르세요. 거창하면 안 끝납니다. 저는 "현장에서 말이 안 통한다" 하나였습니다.
  • ② 첫 문장을 쓸 때 "누가·어디서·어떻게 쓰는지"를 함께 적으세요. 저는 *"휴대폰을 두 사람 사이에 놓고"* 를 적었습니다. 이 한 줄이 화면 모양을 전부 정했습니다.
  • ③ 만들어지면 바로 써 보세요. 코드를 볼 필요 없습니다. 안 되는 것만 찾으면 됩니다.
  • ④ 안 되는 것을 "왜"까지 말하세요. *"이상해요"* 보다 *"데스리가 책상으로 나와요. 현장 은어라 번역기가 모르는 것 같아요"* 가 훨씬 빨리 고쳐집니다.
  • ⑤ 되돌릴 수 있게 해 두세요. 저는 이 부분을 안 해서 후회했습니다 — 개발 기록을 남기지 않아 과정을 되짚기가 어려웠습니다.

⚠️ 비용은 미리 아셔야 합니다. 앱을 웹에 올리는 것 자체는 무료로 할 수 있지만, 번역 품질을 높이려고 AI 번역을 켜면 쓴 만큼 요금이 나옵니다. 제 앱 기준으로 월 11시간 사용에 약 2,900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제가 만든 다른 앱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앱보다 훨씬 많이 헤맸던 것들입니다.

여기에 오너의 한마디를 적어 주세요. 왜 이 앱을 만들기로 했는지, 현장에서 실제로 써 보니 어땠는지 두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이 자리가 이 글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곳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딩을 정말 하나도 몰라도 되나요?

 

코드 문법은 몰라도 됩니다. 저는 44시간 동안 코드를 0줄 썼습니다. 다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는 능력"* 은 필요합니다. "이상해요"가 아니라 "데스리가 책상으로 나오는데 현장 은어라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빨리 고쳐집니다.

Q. 만드는 데 돈이 드나요?

도구마다 다릅니다. 무료 체험 구간이 있는 것도 있고, 본격적으로 쓰면 월 2~5만 원대 구독이 드는 것이 보통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든 앱을 웹에 올리는 것은 무료로 할 수 있습니다.

Q. 얼마나 걸리나요?

이 앱은 약 44시간, 이틀이 걸렸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다 알고 시작한 게 아니라 막히고 고치기를 반복한 시간입니다. 기능이 적으면 훨씬 짧습니다.

Q. 왜 일반 번역 앱을 쓰지 않고 따로 만들었나요?

일반 번역기가 현장 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안전벨트`를 자동차 안전띠로, `데스리`를 책상으로 옮깁니다. 안전 지시에서 이런 오역은 그대로 위험이 됩니다. 현장 용어 308개와 은어 103개를 따로 넣은 이유입니다.

Q. 만든 앱을 다른 현장에서도 쓸 수 있나요?

용어집은 현장마다 쓰는 말이 달라 그대로 쓰기보다 다듬어 쓰시는 편이 좋습니다. 안전 용어는 오역이 곧 사고라, 실제 투입 전에 해당 언어를 쓰는 근로자에게 한 번 읽혀 보시길 권합니다.

※ 이 글의 사실 정보는 아래 보도를 확인해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 문장은 직접 썼습니다.
※ 출처 — 스마트투데이 「언어장벽 낮춰야 안전사고 줄인다…건설업계, 외국인 근로자 소통 강화」 / 오피니언뉴스 「외국인 근로자 20% 육박…건설사, AI 번역으로 안전 소통 강화」 / 뉴스저널리즘 「인력난 속 건설현장 외노자 증가세… 안전·품질 우려」 / 구글 클라우드 「바이브 코딩이란 무엇인가요?」 / 위키독스 「바이브 코딩 시작 가이드 (2026)」 / 근로복지공단 「외국인근로자 산재처리현황 (공공데이터포털)」
※ 정리 시각: 2026-09-15 04:42